
‘슈퍼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차, 빨간 페라리. 그런 페라리가 왜인지 파란색 차를 공개했습니다. 그것도 오직 한국 시장만을 위해 제작한 한정 모델을요. ‘12칠린드리(12Cilindri) 테일러 메이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무슨 차인가?
윤슬과 청자, 한국의 빛을 입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는 전용 컬러 ‘윤슬’이죠. 윤슬은 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인데요. 고려청자의 은은한 비색과 서울 야경의 네온사인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보는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녹색, 푸른색, 보라색으로 변하는 오묘한 색감인데요. 한국의 전통과 현대, 정적인 미와 역동적인 속도를 하나의 차에 모두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아티스트 4명의 해석
네 명의 젊은 국내 아티스트와 협업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인데요. 전자음악 아티스트 그레이코드와 지인은 페라리 V12의 배기음을 분석해 이를 시각적 그래픽 아트워크로 변환했고, 이를 차체 위에 반투명 레이어로 구현했죠.
현대미술 작가 김현희는 스쿠데리아 쉴드와 휠캡, 프랜싱 호스를 반투명 마감으로 재해석하며 한국 미학 특유의 ‘은근함’을 상징 요소에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에 빛나는 정다혜가 전통 말총 공예를 3D 패브릭 기법으로 재구성해 대시보드와 실내 표면을 장식했고, 옻칠 장인 이태현의 백색 옻칠이 흰색 브레이크 캘리퍼와 변속 패들에 더해졌습니다.

꺾이지 않는 V12
감성적인 디자인 아래에는 페라리의 철학이 응축된 V12 자연흡기 엔진이 자리합니다. 최고 출력 819마력(cv)을 발휘하며, 제로백 3초, 최고 속도는 340km/h 이상이죠. 터보차저 없이 구현된 9,500rpm의 고회전 엔진은 숫자를 넘어, 페라리가 왜 여전히 자연흡기 V12를 고집하는지를 증명합니다.
왜 페라리는 ‘한국’이었을까?
전략적인 시장 접근
최근 한국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급부상했습니다. FERRARI 역시 2025년 합작법인 ‘페라리코리아’를 설립하며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수입, 인증, 마케팅 등을 직접 관리하며 브랜드의 일관성을 강화하고 급격히 늘어나는 국내 수요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죠.
실제로 FERRARI의 국내 판매량은 2024년 354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며, 한국은 이미 일본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판매 상위 3위권에 진입했습니다. 람보르기니 CEO는 한국이 시장 규모 측면에서 세계 7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으며, 페라리 CEO 역시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단 한 대만 만든 이유?
슈퍼카는 자산 가치와 수집 가치를 동시에 갖추는 컬렉터 아이템으로 인식됩니다. 만약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차량’을 소유할 수 있다면 수집가에겐 정말 군침이 되겠죠. 이들에게 차량은 ‘운송수단’이 아니라 투자 자산이자 미학적 소장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FERRARI 역시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 옵션 추가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을 소비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끌어들이는 구조입니다. 이번 12칠린드리 역시 앞서 소개했던 4명의 젊은 작가,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쿨헌팅’이 참여해 2년동안 연구한 결과물이기도 한데요.
FERRARI는 똑같은 차량의 단순 판매량 증대보다는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상징적 메시지 함축과 브랜드 서사 축적을 택했습니다. 숫자만 찍히는 단기적인 실적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상승을 노린 전략이기도 합니다.
모터스포츠, 이제 한국도 많이 본다
작년 2025년 10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피치스 런 유니버스’에 4만 5천여 명이 사전 예약할 정도로 F1과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슈퍼카, 특히 모터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의 행보들은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면서 한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굳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메시지이자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바라보는 한국
어쩌면 ‘12칠린드리 테일러 메이드’ 한국 에디션은 그 가치가 ‘희귀한 슈퍼카 한 대’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을 그저 수많은 판매 시장 중 하나가 아닌, 고유한 문화와 미학을 존중하며 브랜드 서사를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증거이기도 하죠.
전통 공예와 현대 예술, 자연흡기 V12라는 고집, 그리고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한 지점에서 교차하며 만들어낸 이 차는 “왜 FERRARI는 아직도 특별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고 답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단기적 화제성보다 오랜 시간 동안 국내 아티스트와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문화적 맥락과 장인정신을 우선한 선택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여기에 단 한 대라는 스토리는 소유의 의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기록물로서 이 차량의 위치를 분명하게 만듭니다.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이야기, 그리고 경험 그 자체를 소유하고자 하는 시대. 페라리가 한국을 택한 이유는 너무도 선명한 것 같습니다.
답글 남기기